황제가문들

 

오현제 중의 하나인 하드리아누스가 지방관에게 보낸 한 서신에는 자신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아우구스투스, 곧 신성한 트라야누스 파트리쿠스의 아들이자 신성한 네르바의 손자이며 최고제사장

 

네르바와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혈연적 관계가 없고 비록 친척이나 트라야누스와 하드리아누스도 친부자간이 아니지만 후계자 지명을 위한 입양을 통해 그들은 이렇게 각기 할아버지, 아버지로 불렀다. 그래서 결국 네르바에서 부터 코모두스까지를 하나의 가문으로 묶을 수 있다. 따라서, 제정초 로마는 왕조별로 서기 68년까지는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조(Julian-Claudian Dynasty), 두번재로 베스파시아누스 조(Vespasian Dynasty, 서기 69-96), 세번째로는 오현제(96-180)와 코모두스(Commodus) 까지를 합쳐서 네르바-안토니누스 조(Nerva-Antonine Dynasty, 96-192)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이들 가문의 황제 외에도 네로 사후의 혼란기에 갈바(Galba), 오토(Otto), 비텔리우스(Vitellius)의 세명의 단명황제들이 잠깐 제위에 올랐다.

 

공동황제 마르쿠스와 베루스

 

코모두스의 아버지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잘 알려지다 시피 유명한 스토아 철학자이다. 그의 이 방면에서의 두드러진 면이 양조부인 하드리아누스에게 눈에 띄어서 차차기 후계자로 차기 후계자인 베루스(Verus)에게 입양되었다. 형식상이지만 마르쿠스와 공동황제로 즉위하는 루키우스(Lucius) 역시 입양이 되는데 원래 마르쿠스의 첫 약혼자는 이 아이의 어린 누이였다. 하지만 베루스가 즉위하자마자 파혼과 함께 자신의 딸인 파우스티나(Faustina)와의 결혼을 권하고 마르쿠스는 이를 받아들이다.

 

피우스 황제가 죽자 다음 계승자는 명백히 그 혼자였지만 오히려 그는 모든 형식상의 권한[각주:1]을 공유하며 루키우스와 공동황제가 된다. 그러니까 루키우스가 죽는 169년까지는 형식상 로마에는 두 황제가 있었던 셈인데 이것은 로마사에서 형식적이지만 "아우구스투스"란 칭호를 공유한 최초의 공동 황제의 사례라 할 만했다.[각주:2] 함께 제위에 오르기 전까지 루키우스의 이름은 루키우스 코모두스였고 이 때 루키우스 베루스로 바꾸고 훗날 마르쿠스의 후계자이자 유일한 아들이 이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마르쿠스는 그와 11살인 장녀 루킬라(Lucilla)와 약혼시켰다. 바로 그 해 즉 서기 161년에 파우스티나가 쌍둥이 형제를 낳았는데 그 중 나중까지 살아남은 아이가 훗날의 코모두스 황제이다. 그리고 곧 동방이 반란의 기운이 생겨나자 곧 동료황제인 루키우스를 파르티아 전선으로 보내고 2년 후 파우스티나가 13살이 되자 마자 급히 그와 결혼을 시킨다.

 

내외의 시련

 

비록 현제 시기의 절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우렐리우스 시대는 전쟁이 그칠날 없는 시기이기도 했다. 162년에서 166년까지의 파르티아 전쟁은 그다지 큰 문제없이 해결이 되지만 뒤이어 터진 게르만 전쟁은 그의 남은 생애까지 계속되게 된다. 시간상으로도 길었지만 거의 라인-다뉴브 전선의 구석구석에서 많은 게르만이나 사르마티아 계통의 부족들이 로마를 침공해 왔으며 한 때 그리스는 물론 이탈리아 북쪽의 아퀼레이아(Aquileia)까지 약탈하게 된다. 결국 168년 두 황제가 몸소 마르코만니와 콰디족을 정복하러 떠나게 되고 결국 두 사람 모두 이 전쟁 중에 죽게된다. 루키우스는 169년에 마르쿠스는 한참 뒤인 180년에 사망한다.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잘 이해한 마르쿠스는 야만인들을 상대로 여러차례 승리하여 로마의 위력을 그들에게 보여주는데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서 근본적으로 이들 부족들의 땅을 속주화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지속적인 공세를 편다.

 

이러한 마르쿠스의 계획에 첫번째의 차질을 빚게 했던 것이 그의 친구였던 아비디우스 카시우스(Avidius Cassius)였다. 기번은 그에 대해 "시리아(Syria)에서 반란을 일으킨 아비디우스 카시우스는 자발적인 죽음에 의해 적을 친구로 바꾸려는 그의 바램을 좌절시켰다"라고 말했는데 그가 자살을 한 것은 아니다. 기번도 지적했듯이, 이 사람에 대한 처리에서 마르쿠스는 그 특유에 "자신에게만 엄격하고 다른 사람의 불완전성에겐 관대함"의 극단적인 편향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그는 그의 반란 소식을 듣고도 신속한 대응을 하지않고 오히려 지연시켰으며 반란이 종료된 후에도 공모자들에 대한 처벌은 물론 그에 대한 조사조차 금지하기까지 했다. 그가 이렇게 한 이유는 대체로 두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친구에 대한 관대함 때문이다. 디오에 따르면 그가 행한 연설에서 이러한 반란의 문제를 어디까지나 두 사람 사이의 제국의 운영에 대한 입장차가 우연한 계기로 인해 불행한 사태까지 가게 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고 대화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었다고 보았다. 반란의 계기가 되었던 것 중에는 마르쿠스가 죽었다고 잘못 알려진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고 한다. 사실 시오노 나나미가 번역한 <황제 역사> 중에 카시우스의 편지를 보면 반란을 일으키고 황제를 칭한 그 역시 당시 로마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로마역사상 최고의 덕성을 가진 황제에 대한 반란은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고 싱겁게 끝이 난다. 죽었다던 황제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을 안 백인대장이 휘두른 칼에 카시우스의 야망은 덧없이 사라지고 내전을 준비하던 마르쿠스는 다시 야만인들과의 싸움을 재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바로 그의 아내인 성스런 파우스티나에 대한 것이다. 사실 마르쿠스 역시 그리 오래 살지 못하고 특히 말년을 거의 전쟁터에서 보냈지만 이 전쟁이 전쟁의 첫경험이었다는 것을 보면 파우스티나가 그의 건강에 대해 우려했고 이 때문에 그가 죽은 줄로 알고 어린 아들 코모두스를 보호하기 위해 카시우스와 공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믿기지 않는 이 설은 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기록되었고 특히 이 반란후 얼마 되지 않아 그녀가 사망하게 되었고 안그래도 그 전후(前後) 처리에 미온적이던 황제가 죽은 그녀를 신성화하면서 카시우스 관련자들에 대한 사형금지와 그에 대한 서류파기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아주 없지는 않아 보인다. 더군다다 황제는 파우스티나의 경우 그의 애인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을 높은 관직에 오르도록 배려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어느 경우든 적어도 한 사람에 대해 지나친 관용을 베푼것은 사실이다. 기번은 제4장의 첫머리에서 바로 마르쿠스의 이런 지나친 덕이라는 약점을 지적한다. 기번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뛰어난 이해력은 종종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 그의 마음에 의해 기만되었다. 군주들의 기호를 연구하면서 자신은 숨기는 교활한 인간들은  철학적 신성을 가장하고 접근하여 부와 명예를 획득하였다. 형제와 아내 그리고 아들에 대한 그의 과도한 관대함은 사적인 덕의 경계를 넘어 공적 해가 되었다.

 

바로 이러한 관대함은 코모두스의 훗날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현제 시대의 끝

 

다시 게르만족에 대한 전쟁은 시작되었지만 그의 건강이 보다 빨리 악화되었고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그는 죽음을 맞는다. 177년에 역시 아주 어린 나이로 이미 공동황제가 되어 있던 코모두스가 계승한여 전쟁을 맡게 된다. 죽기 전에 그는 마치 아우구스투스가 그의 후계자와 시민들에게 그랬듯 코모두스에게 자신이 못다 이룬 게르만 정복을 끝마쳐야 한다는 유언과 함께 많은 그와 함께 활약했던 "고명대신(顧命大臣)"들을 남겨준다. 그리고 기번 역시 디오가 그랬듯 코모두스가 천성적으로 피에 굶주린 호랑이의 성질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듯, 적어도 훌륭한 "고명대신"들이 주변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동안은 로마제국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섣부른 강화를 맺고 세계최고의 대도시 로마의 화려한 생활로 돌아오게 되었으며, 훌륭한 충고자들은 그의 주변에서 물러나 하나씩 처형을 당하게 된다.

 

다비드 작(1787)의 "소크라테스의 죽음"

 

 

 

 

  1. 최고대사제직만 단독으로 보유함. [본문으로]
  2. 아우구스투스 시절 아그리파나 티베리아누스의 사정을 보면 아우구스투스 칭호를 빼면 공동통치자가 그렇게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DreamersFl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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