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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7 데운 술이 식기 전에

 

무명의 관우(關羽)가 묻 제후들의 비웃음과 외면 속에 <삼국지 연의>에서 화웅(華雄)을 베러 나가기 전에 했다는 유명한 그 말인데 정작 읽어보니 그런 말이 없는 듯하다. 이 말을 유행식힌 것은 찾아보니 오히려 1984년 이문열이 신문지상에 연재한 <평역: 삼국지>에서 인 듯하다. 찾아보니

 

계단 아래 한 사람이 크게 외치며 나와 말했다.

"소장이 원컨대 가서 화웅의 머리를 참하여 막사 아래 바치리다!"

뭇사람들이 보는데 신장이 9척이고 수염 길이만 2척인 사람이 붉은 봉황의 눈에 누에가 누은 듯한 눈썹을 하고 었다. 낯은 대추나무와 같이 무겁고 목소리는 종소리처럼 큰이가 막사 앞에 있었다. 원소가 누군지 물으니 공손찬이 유현덕의 동생 관우라고 했다. 원소가 직책을 묻는데 공손찬은 유현덕을 따라다니는 말탄 궁수(弓手)라 했다. 막사 위에서 원술이 크게 꾸짖으며 말했다.

"네가 우리 뭇 제후들을 속이고 대장을 없이 하느냐? 한낱 궁수 따위가 어지럽히느냐. 매를 쳐 쫒아내라!"

조조가 급히 제지했다.

"노여움을 거두시오. 이 사람이 큰 소리를 하였으니 필히 용기와 지략이 있을 것이오. 시험삼아 나가게 해서 이기지 못할 때 꾸짖어도 늦지 않으리다."

원소는 일개 궁수가 나가면 필히 화웅의 웃음거리가 된다고 했으나, 조조는 그 사람의 차림새가 속되지 않으니 화웅이 이가 궁수로 알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관우는 이에 이기지 못하면 "모(某:자기의 겸칭)의 머리를 베라"로 했다.

조조가 술을 데우게 해 한 잔을 데워 마시고 말에 오르게 하니, 관우는 "술은 그대로 두시오. 모가 곧 돌아오겠소"라고 말하고 막사를 나와 칼을 들고 몸을 날려 말에 올랐다. 뭇 제후들이 고성소리를 들었는데 천지가 진동하고 산이 꺼지는 것 같아 크게 놀랐다. 겨우 들으려 하는데 방울소리가 알리며 말이 중군에 도착하자 관우 운장이 화웅의 머리를 땅에 떨어뜨렸는데 그 술이 아직 식지 않고 따뜻했다.

 

 

내가 처음 로마사 공부를 시작하며 글을 쓸 때는 관우의 출전과 같은 생각이었는데 어느 덧 많이 쓰지는 못한 채 시간은 정말 많이 흘러렸다.

 

 

 

Posted by DreamersFl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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