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화화는 로마에 맞서 옛 로마의 전통을 수호하고자 했던 원로원 의원 심마쿠스가 색슨족 포로들을 검투시합을 위해 구매했을 때 이들 29명의 용사들은 시합을 하루 앞두고 단순히 로마관중 앞에서 눈요기거리로 죽음을 맞는 것을 거부하고 차례로 목을 매어 전원 자살하는 쪽을 택했다. 로마의 전통과 명예를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심마쿠스는 이것에 너무도 실망한 나머지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들 포로의 무가치함을 자신의 글에서 비난했던 것은 유명하다.

 

당시의 로마식자층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았으니 당시 기준으로 보면 심마쿠스 의원만 유독 위선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자유와 공화국과 민주주의를 찬양했던 그들이 엄연한 한 인간인 노예들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그에 비해 볼 때는, 그들이 그렇게도 자주 동방의 국가들에 우월감을 갖고 표하곤 했던 자유에 대한 사랑은 도리어 위선적 허풍으로 생각이 된다.

 

로마인의 이런 도덕관은 노예제가 존속된 한 꽤 오래로 거슬를 수 있는 듯, 공화적 말의 정치인이자 문사라 할 수 있는 키케로에게서도 암시된다. 그의 <의무론(De officiis)>[각주:1]에서 그는 도덕적인 행동들에 대해 평가해 보면서 비슷한 냉정한 결론을 소개하고 있다. 가령 소위 "적성시험" 같은 곳에 자주 출제되는 인정과 실리에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선택의 선구라 할 수 있는 것이 고대 헤카톤(Hecato)이라는 스토아 철학자의 책에서 이미 많이 문제시 되었던 것 같다. 가령 물에 빠진 두 명의 사람 중에 먼저 구조되어야 하는 사람 쪽에 대한 질문이다. 현재는 전하지 않는 그의 저서에서 키케로가 소개하는 문제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각주:2]

 

"선인(善人)의 의무는 기근에 곡식 값이 (아마도 노예 가치 이상으로) 올라갈 때 그를 굶겨죽게 놔두는 것일까?"

"폭풍우에 배가 뒤집히려 해 짐을 버려야 한다면 비싼 말을 던져야 하나 더 싼 노예를 던져야 하나?"

 

이런 질문들에 대한 키케로의 입장은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헤카톤의 다른 질문들의 답이 거의가 옳은 판단인 것으로 보이고 첫 문제에 대해 그가 긍정하였던 것을 보면 키케로 역시 동의했다고 보여진다. 아니면, 노예제 소유자가 많은 귀족당파의 지도자였던 키케로가 자신을 선호할 독자층을 위해 눈치를 봤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자신이 추종하던 도덕가가 실은 위선자임을 발견하는 때 만큼 인생에서 비참한 것은 없다. 특히, 블로그를 하는 중에 자주 공격을 당하고는 하는데 필자의 기억에 의하면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 중에 그의 지식에 관해서는 경탄을 하다가도 인격적인 면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자주있다.[각주:3] 특히 키케로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이들로부터 배척 혹은 린치를 당한 바도 있는데, 점잖은 충고나 자신의 정당한 분노를 내세워서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대해 주제넘게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각주:4] 그런가 하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 감는 진짜 위선자도 있었다. 대개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의사가 강요한 것이지만 그들이 여전히 입으로는 정의를 부르짖는 것이 적어도 나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키케로의 처신과 생각이야 시대적 한계로 말미암은 것으로 이해되고 변명될 수 있을 텐데 과연 그들은 어떤 식으로 자기 행동을 합리화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날로 인정이 매말라가고 도덕이 쇠퇴하는 지금의 세태만큼이나 키케로 역시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시대를 살았다. 공공심은 자취를 감추고 사적 이익과 영예를 추구하여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야심가형의 선동가와 장군들이 극성을 부리던 시대였다. 그가 그 책을 쓴 이유도 국가나 사회를 위해 겉만 선으로 보이는 것 그리고 유용하게 보이는 것을 참된 것과 분별해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지조를 쉽게 바꾸어 공화파를 지지하면서도 카이사르가 득세하면 소신을 접었고 마침내는 카이사르 2세와 영합해 보려다 그 자신이 비참하게 배신으로 살해당하기까지 한 것에 대해 그의 높은 정치가로서나 문필가로서의 업적과 별개로 실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각주:5] 공화국몰락이라는 로마의 정치적 격변의 와중의 한 에피소드가 되어버린 그의 희생은 이와 같이 그릇된 도덕을 안고 있었던 그들의 자유와 공화국이 가진 원죄였을까 아니면 키케로 개인이 그릇된 가치관 때문이었을까?

 

 

노년의 키케로의 흉상

 

 

 

 

  1. 이 책은 서광사에 의해 그 번역판이 나와 있다. [본문으로]
  2. Cic. Off. iii. 89. [본문으로]
  3.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대개 특정 학과 같은 전공자들의 모임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 단체에 집단적 공격이란 성향이 더 강했다. [본문으로]
  4. 그의 경우는 다른 대부분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위선보다는 친구를 잘못 사귄 탓으로 보인다. 사실 인터넷에서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인격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사회에서 지탄받는 "일베충"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자도 있는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인간과 약간이라도 공격성향을 보이는 소위 그 친목써클 내에 있는 이들은 한두 다리 건너 건너 아는 사이들이더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5. 테오도르 몸젠은 그를 힘있는 사람을 추종하는 단순한 아첨군 이상으로 평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Posted by DreamersFl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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